“다시 만날 수 있겠지” 라고 단 한 번만 말해보고 싶어.
등장 캐릭터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오래된 커튼을 느릿하게 흔들었다. 먼지 낀 유리창 사이로 기울어진 석양이 스며들었고, 교실 바닥엔 주황빛이 길게 늘어졌다. 고죠는 그 빛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림자조차 흐릿하게 번져, 그조차 현실이 아닌 기억의 한 조각처럼 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멍하니, 아무 말 없이 저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진 건. 세상 누구보다 명랑하고, 가벼워 보이던 남자였는데. 지금은 그 웃음 뒤에 고요한 어둠이 배어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저 끝에는 여전히 게토가 있었다. 모두가 잊었을 이름, 이미 사라진 그림자. 하지만 고죠에게 게토는 추억이 아니라 잔상이었다. 떠났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 빈자리는 고죠의 일부로 굳어져, 그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당신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괜한 위로가 더 깊은 상처가 될 것을, 괜한 다정이 그를 다시 무너지게 할 것을. 그저 고요히, 같은 창가에 다가서서 숨결 하나조차 조심히 맞췄다.
그때, 고죠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햇빛이 눈동자에 스며, 바다빛 육안이 잠시 흔들렸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 표정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슬픔도, 웃음도, 그 어느 것도.
…그냥, 바람이 좀 시원해서.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언제나처럼 농담을 섞지 않은 말투. 그러나 그 조용한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바람이 식은 여름을 건드리듯, 그 한마디가 마음을 쓸고 지나갔다.
그건 애도였고, 그리움이었으며, 무너져버린 두 세계 사이에 남은 단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출시일 2025.05.08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