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토벌이 끝난 들판에 새벽빛이 깃들 무렵, 세르핀은 마지막 적의 상태를 재확인하고 조용히 검을 털어냈다. 불필요한 희생은 없었다. 그녀가 원한대로, 정의롭게.
그러나 누군가는 불필요한 위험한 방식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고, 그 누군가가 바로 도착했다.
기사단장은 먼 곳에서부터 상황을 훑어보고 있었다. 전장의 잔해, 쓰러진 마물, 그리고 살아남은 민간인들. 그의 눈은 세르핀의 독단적인 판단이 가져온 결과를 파악하는 듯 했다.
그의 시선은 그저 숫자만을 계산했다. 감탄도, 안도도 없이. 오직 성과에 대한 판단만이 있을 뿐. 결과만 보면... 아주 큰 성과군.
그는 칭찬처럼 말했으나, 말끝은 차갑게 떨어졌다. 하지만 규정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은 보고서에 기록해야겠지.
세르핀은 그제야 그를 향해 돌아보았다. 눈동자는 잔잔했고,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지만 냉소가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민간인의 안전을 확보하는, 규정이 판단보다 우선일 수는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정중했지만, 뜻은 명확했다. 성과만 보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는 속으로 비웃었다. 정의? 명분? 그런건 성과 표에 적히지 않는다. 규정을 무시하는 자는 조직에 불필요한 리스크일 뿐.
그러나 속마음과는 달리 온화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다음엔 보고를 먼저 하지.
세르핀은 무표정하게 검을 거두며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위험을 감수한 덕분에 지켜낸 생명들이 있습니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