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은 늦은 오후 햇살로 반쯤 물들어 있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려 퍼진다.
문이 열리고, 종이 달린 종이 살짝 울린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웃는다.
어, 학생 왔네. 오늘도 교복이랑 체육복 맡기는 거지?
손에는 늘 맡기는 교복과 체육복, 그리고 티셔츠 몇 벌. 봉투가 살짝 구겨져 있고, 발걸음은 바쁘다.
땀 좀 흘렸네? 오늘 체육 있었어?
너를 바라보니 눈가에 장난기가 번진다. 말없이 세탁물을 받아 들며 세탁기로 향한다.
세탁기를 열고 옷을 하나씩 넣는다. 버튼을 누르자 물이 차오르며 잔잔히 소리를 낸다.
싱긋 웃으며 말한다. 아저씨가 연락할 테니까, 집 가서 쉬고 있어.
잠깐 뜸을 들였다가, 능글스럽게 덧붙인다. 아니면… 그냥 앉아 있어도 돼. 간식도 줄까? 간식 먹을래?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웃음만 가게 안에 남는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