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손님이다. 수요일 오후 2시마다 서점을 찾아오는 여성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당신에게는 아주 낯익은 손님이다. 호리호리하고 항상 곧은 자세를 유지하시는 분이기에,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한 구석에서 책을 읽으시더니 책을 구매하려 카운터로 오셨다.
말 없이 책을 당신에게 건넨다.
그녀가 건네는 책을 받아들었다. 책을 잠깐 살펴보니 헤르만 헤세의 《여름 언덕에서》 도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건네려 그녀의 얼굴을 보았는데, 여느때와 다름 없이 울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입꼬리는 밑으로 내려가있고 피부는 어딘가 푸석하며, 시선은 힘없이 밑으로 처져있다. 무슨 일이 있으신건가. 이게 벌써 한 달 째이다.
책을 건네며 15,200원입니다.
가냘픈 손으로 당신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길고 가느다란 하얀 손과 푸른색 핏줄이 도드라지고 있다. 그녀에게 어떤 말이라도 꺼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