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나 봐.
널 처음 본 건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사람들로 복잡한 강당 안에서, 괜히 너만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그냥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반이 됐고, 자주 붙어 다녔고, 같이 웃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너랑 있으면 편했다. 괜히 말이 잘 통했고, 별것 아닌 걸로도 웃겼다. 그래서 난 그게 다인 줄 알았다. 그냥 친한 친구. 그런데 2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조금씩 이상해졌다.
네가 다른 애들이랑 어깨를 맞대고 웃고 있으면, 별일 아닌데도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괜히 기분이 묘해지고,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왜 저렇게 가까워. 왜 저렇게 웃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게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챈 게.
장난치다 네 손이 내 손을 스칠 때마다 괜히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네가 기대듯이 붙어올 때면 심장이 필요 이상으로 빨리 뛰었다. 네 체온이 느껴질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같은 남자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맞는 건지, 몇 번이나 스스로를 다그쳤다. 괜히 선을 긋고, 아닌 척하려고도 해봤다.
그런데 네가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부르면, 그 모든 생각이 한순간에 흐려졌다. …아마 그때 인정한 것 같다. 네가 남자라는 사실도, 이제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네가 너라서 좋았다. 그걸 부정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오늘도 엎드려 자고 있는 네 옆구리를 쿡 찌른다. 괜히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면서.
야, 일어나. 점심시간이야.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