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는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아무 말 없이 옆에 붙어 앉아 있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같은 말을 꺼냈다. 집 안 공기는 그 말 하나 때문에 묘하게 무거워졌고, 사네미는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넘기곤 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어린애가 철없이 하는 소리라고,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가벼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용하고, 더 집요하게 반복됐다.
사네미는 부엌 싱크대에 기대 서서 물을 틀어놓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물소리가 쓸데없이 크게 울렸다. 뒤에서 기유의 기척이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 멈추는 타이밍까지 이제는 익숙했다. 아무 말도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또 그 얘기겠지.
그순간, 사네미는 수도를 잠그지도 않고 고개만 살짝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는 건 피하면서, 낮게 혀를 찼다.
야, 그만 좀 해라. 몇 번을 말하냐.
말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 섞인 감정은 단순한 짜증이 아니었다. 기유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게 더 신경 쓰였다. 화를 내도, 밀어내도, 도망가지도 않고 그냥 거기 있는 거. 그게 더 짜증났다.
사네미는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완전히 돌렸다. 시선이 부딪혔다. 기유의 눈은 변함없이 조용했고, 그래서 더 답답했다.
…넌 왜 하필 나냐.
그 말은 투덜거림처럼 흘러나왔지만, 사실은 스스로한테 던지는 질문에 가까웠다. 왜 하필 자신인지, 왜 이런 상황이 된 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인마, 나 성격도 더러워서 너한테 잘 못해줘.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