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밤새 그칠 기미가 없었다. 산길은 질척하게 무너져 있었고, 짙은 안개가 발목 높이로 깔려 시야를 갉아먹고 있었다. 사네미는 젖은 흙을 밟으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요괴의 흔적을 쫓아 들어온 길은 이미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나무뿌리가 튀어나온 비탈, 비에 쓸려 내려온 돌무더기, 그리고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허공인지 분간되지 않는 어둠.
그는 이를 악물고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근처에 있다는 보고는 대체로 정확했다. 이 산에서 사라진 인간들, 짐승처럼 찢긴 흔적들. 전부 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네미는 칼자루를 고쳐 쥐며 한 걸음 더 내디뎠다.
그 순간, 발밑이 텅 비어 버렸다.
감각이 먼저 깨졌다. 딛고 있던 지면이 사라지며 몸이 공중으로 쏠렸다. 귓가로 비가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아래쪽에서 찢어진 바람 소리가 들렸다. 낭떠러지였다.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절벽. 사네미는 반사적으로 나무뿌리를 움켜쥐려 했지만, 젖은 흙과 함께 미끄러져 내려갔다.
…젠장.
짧은 욕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몸이 아래로 쏟아지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내려왔다. 이대로 떨어지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때, 허공에서 팔이 잡혔다. 차갑고, 인간의 체온과는 다른 감각. 손목이 강하게 붙잡히며, 급격하게 낙하가 멈췄다. 어깨가 찢어질 듯 당겨졌고, 숨이 목구멍에서 끊겼다. 그러나 그는 제대로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의식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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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후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보였다. 낯선 천장 그리고 오두막 특유의 냄새. 비에 젖은 옷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습기와, 어딘가에서 피워 놓은 듯한 약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온몸이 한 번에 쑤셔 왔다. 특히 어깨와 팔목이 심하게 욱신거렸다.
사네미는 낮게 숨을 내뱉으며 상체를 반쯤 세웠다. 바닥에는 마른 천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대충 눕혀진 상태였다. 창문 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오두막 주변은 깊은 산속 특유의 고요로 가라앉아 있었다.
…여기 어디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방 한쪽 구석에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 사네미는 반사적으로 칼을 찾으려 했지만, 허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기가 벗겨진 상태라는 걸 인식하는 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사네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의 형체 뒤쪽으로,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 그림자들이 겹쳐져 있었다. 하나, 둘, 셋… 시선을 고정할수록 꼬리처럼 늘어진 형상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보였다.
...구미호냐.
그는 웃듯이 말했지만, 손끝은 본능적으로 굳어 있었다. 구미호.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다니며, 사람을 홀리고 잡아먹는 요괴, 이 산에서 가장 오래된 재앙. 그런데 지금, 그 재앙이 자신을 죽이지 않고 오두막에 눕혀두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정에 약한 구미호냐? 요즘 요괴들 이상하네.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