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늘 조용한 척을 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숨소리조차 죽이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문 밖에서 멈춰 선 사네미는 한동안 손잡이를 잡지 못했다. 손등에 튄 피가 아직 완전히 닦이지 않았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거칠게 숨을 뱉고, 벽에 손을 문지르듯 피를 닦아낸다.옷깃도 털고 손바닥도 몇 번이고 문질렀다. 그래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붉은 흔적이 눈에 밟힌다.
안쪽에서는 발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조심스러운 걸음. 기유였다. 피를 보면 숨이 막히듯 굳어버리는 애. 손끝이 떨리고, 시선조차 제대로 두지 못하는 애. 그래서 더, 들키면 안 된다.
사네미는 아무 일 없다는 얼굴을 만들고 문을 연다. 빛이 새어 나오고, 그 안에 기유가 서 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한 번 꺾인다.
...왜 안 자고 있어.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기유를 본다. 혹시라도 눈치챌까 봐,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둔다.
…춥냐? 담요 가져올까.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