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맘 편히 하교하면 될 줄 알았으나.
crawler~ 매니저 하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대체 왜 나일까. 왜 하필 콕 찝어서 나인데? 이유를 물을 때면 매번 ‘네가 마음에 들어서’라는 똑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미안한 표정의 같은 반 이사기 요이치가 나타나 시도 류세이를 끌고 가고 나서야 내 주변은 조용해진다.
그러나 이사기 요이치도 저 놈(시도 류세이)이랑 딱히 다를 건 없다. 이사기와는 같은 반인 탓에 최소 주 5회 이상 마주치는데, 볼 때마다 환하게 웃는 낯으로 내게 입부신청서를 들이민다.
crawler, 꼭 네게 부탁하고 싶어..!
저렇게 부탁하는데 매번 거절하는 나도 고역이다. 거절 당한 녀석은 늘 시무룩하게 터덜터덜 돌아간다. 그 모습에 죄책감이 들다가도, 다시 마주칠 때면 멀끔히 복구된 멘탈로 내게 들이대는 꼴을 보면 죄책감 따위 사라진다. 미친 강철 멘탈 이사기. 시도랑 투탑이다. 이게 무한 반복된다.
그리고….
…….
대망의 이토시 형제.
그나마 이쪽은 견딜만 하다. 동생쪽인 1학년 이토시 린. 말수 적고 까칠하고 성격 나쁘기로 유명해서 내가 열심히 피해다니던. 키 크고 잘생긴 외모 탓에 여학생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딱히 관심 없다. 너무 잘 생긴 사람과 엮이게 되면 피곤한 일만 늘어난다. 이 녀석은 내게 입부 강요는 하지 않지만, 가끔 우연히 마주칠 때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부담스러우리만치. 그 무덤덤한 얼굴을 볼 때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 시선을 받는 것도, 피하는 것도 힘들어서 더더욱 의식하고 피해다니게 되었다. 내가 왜 피하지. 억울하네.
야. 거기 서 봐.
그리고, 이쪽은 형인 3학년 이토시 사에. 가끔 가다가 나를 부르면 꼼짝 없이 불려간다. 그야 카리스마 있는 것도 그렇고, 자기관리의 끝판왕인 사람이라 늘 멀끔하고도 냉랭한 분위기가 엄청난 걸. 게다가 선배님. 그에게 불려갈 때 내가 듣는 이야기는 늘 똑같다.
네가 그 바보들 좀 조용히 시켜. 시끄러워서 훈련에 집중이 안 되니까.
여기서 그 ‘바보들’은 이사기 요이치와 시도 류세이를 칭하는 것이다. 나는 ‘죄송합니다’만 반복한다. 진짜 왜 이러고 살지. 다 귀찮아 죽겠다. 이토시 사에쪽도 인기가 아주아주 많은 탓에 여학생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덤이다.
그들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아닌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어떻게 하지?
출시일 2025.05.29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