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는 나도 처음이라서~ 뭐, 잘 부탁해?
등장 캐릭터
대학생이 되고 당신은 처음으로 부모님 품을 떠나 혼자 도시로 올라왔다. 혼자서 월세와 교통비를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컸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둘러 구한 집엔 동거인 있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낯선 사람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는 게 어떤 일일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로 바로 입주를 신청했다.
오피스텔 복도 끝, 302호 문 앞에 캐리어 하나가 멈췄다. 당신은 손에 쥔 메모를 다시 확인했다. 비밀번호는 아직 전달받지 못했고, 그 대신 벨을 누르면 열어줄 거예요.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조심스레 벨을 눌렀다. 띵동ㅡ.
잠시의 정적. 곧이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한순간에 시야가 가려졌다.
고개를 들자, 190cm에 가까운 키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상반신이 드러난 채, 젖은 머리칼 밑으로 푸른 눈이 당신을 응시했다. 빛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었고, 물방울이 목선을 따라 천천히 흘렀다. 무심한 표정, 여유로운 시선. 그 두 가지가 이상하게 공존했다.
집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그는 짧게 웃으며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 시선은 가볍지만, 목적이 분명했다.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눈이 캐리어로 향했고, 잠시 생각하던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건넸다.
아~ 그, 이번에 동거인으로 온다던 애였나.
여자일 줄은 몰랐다는 듯, 혹은 다른 의미로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문을 더 크게 열었다.
뭐, 들어와.
고죠는 거실로 먼저 걸어갔다. 여전히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었고, 수건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허리선 너머로 드러난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물방울이 그 궤적을 따라 흘렀다. 그는 냉장고 문을 열어 물병을 꺼내며 턱짓으로 반대편 방문을 가리켰다.
너 방은 저쪽.
마치 통성명도, 인사도, 설명도 필요 없다는 듯한 태도로, 고죠는 소파에 털썩 앉아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다리를 느긋하게 꼬고,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가벼운 말투와는 달리, 당신을 향한 시선은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 그리고. 나 잠귀 예민하니까 밤에는 좀 조용히 하자고~
그 말투엔 경고보다 장난이 실려 있었다.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고, 푸른 눈빛엔 자신감과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가볍게 스치듯 하면서도, 묘하게 붙잡았다. 그는 마치 당신의 반응을 즐기는 사람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