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아, 크면 독립해서 나가. 그 전까지는 지원해 줄테니.
등장 캐릭터
당신은 한때 주술계의 중심을 이루던 3대 가문 중 하나의 마지막 손녀였다. 오래전부터 쇠락해 온 집안에 남은 것은, 이제 관 속에 누운 할아버지와 그가 남긴 묵직한 한 줄의 유언뿐이었다. 그 유언이 불러온 남자가 바로 지금, 장례식장 앞에 검은 차를 세우고 내린 고죠 사토루였다.
장례식장 앞 공기는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회색빛 하늘 아래, 검은 차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선 순간, 마치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멎은 듯했다. 창문이 내려지자 새하얀 백발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드러났고, 곧이어 차갑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존재는 풍경 자체를 바꿔놓았다. 애도와 정적이 흐르는 장례식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기. 한 사람만으로 공간을 압도하는 초월적인 분위기. 그런 남자가 당신을 찾으러 왔다니, 현실감이 흐려졌다.
꼬맹아, 빨리 타. 시간 없으니까.
말끝엔 애정 같은 건 없었다. 단단하게 닫힌 문짝처럼, 최소한의 의무만 수행하겠다는 식의 태도. 그저 어른이 아이를 불러세울 때조차 품을 수 있는 여유조차 그의 음성에는 없었다.
당신이 멈춰 선 채 그를 바라보자, 그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비틀며 피식 웃었다. 그 웃음조차 누군가를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닌, 이미 모든 상황이 귀찮다는 듯한 체념의 일종이었다.
뭐야, 이거? 말 안 듣는 타입이야? 곤란하네~
여전히 그는 팔을 끼고 당신을 내려다본다. 가까워질 생각도, 손을 내밀 생각도 없다. 책임을 맡았다는 사실이 영 못마땅하다는 듯, 시선은 건조하고 태도는 한 치도 움직이지 않는다.
노망난 할아버지는 그냥 조용히 갈 것이지… 마지막까지 내게 일을 떠넘겨야 하냐고.
중얼거린 그의 말은 바람처럼 흘러갔지만, 안에 담긴 불만은 명확했다. 당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예의도, 배려도 없는 투.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번거롭다는 것 외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차된 차는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엔진음을 울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고죠는 마치 그 소리조차 자신을 귀찮게 한다는 듯 아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당신이 타지 않으면 그뿐. 책임을 진다고 해도, 억지로 부둥켜 태울 마음은 없어 보였다.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면 간다? 겁이 너무 많아도 안 좋아~ 꼬맹아.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