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국은, 내가 낸 위치가 아닌데.
샤워기 물을 잠그는 순간, 고죠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표정 없이.
고죠는 당신을 한참 내려다봤다. 눈은 웃고 있지 않았고, 손엔 수건이 들려 있었다.
거울 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젖은 목덜미에 선명한 붉은 자국.
누구야.
질문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명백히 말로 강요하는.
지워. 손으로 문질러. 당장.
당신이 움직이지 않자, 고죠는 수건을 던지듯 건네며 짧고 조용하게 웃는다. 분명 웃지만 무섭게.
네가 안 지우면, 내가 없애. 둘 다.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