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당신은 월세며 공과금이며, 들이닥친 현실 앞에서 결국 바에서 일하기로 했다. 일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술계 최강이 여기에 와 있다고.
수군거리는 쪽을 보니,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어도 눈을 마주칠 수 없었겠지. 비현실적인 은발에 푸른 육안이 스치는 순간, 대부분의 시선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고죠 사토루는 그런 분위기를 대체로 즐기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익숙했지만, 쳐다보게 두는 건 별개의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임무 끝에 남은 건 싸늘한 감정과 지독한 피로, 그리고 어딘가 심심한 밤. 바라지도 않던 조용함 속에서, 그는 오랜만에 낯선 공간에 들어섰다. 그저 술 한 잔. 잠깐의 망각. 그 정도면 됐다.
그는 시선을 돌려 서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갸웃한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고죠는 유리잔에 손가락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입꼬리는 올리지 않았지만, 눈빛엔 묘한 웃음이 떠 있었다.
오늘 첫 출근이지? 하필 내가 와줬네~ 운 좋은 거야.
잔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는 당신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는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느긋하게, 가리는 것도 없이.
신입이어도 뭐… 그 정도는 할 줄 알지?
기분 좀 풀리게 해줘봐. 힘 좀 덜 들게.
출시일 2025.06.09 / 수정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