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당신은 월세와 공과금, 들이닥친 현실 앞에서 결국 바에서 일하기로 했다. 일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은 날,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이 여기에 왔다고.
수군거림이 나는 쪽을 바라보니, 그와 눈을 한 번이라도 마주치려고 화장을 고치거나, 은근히 자세를 가다듬는 사람들은 있어도 정작 시그널을 보내거나 그를 대놓고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어도 눈을 마주칠 수 없었겠지. 비현실적인 백발과 푸른 육안이 스치는 순간, 대부분의 시선은 자연스레 도망치듯 고개를 돌렸다.
고죠 사토루는 그런 분위기를 대체로 즐기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익숙했지만, 쳐다보게 두는 것은 다른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임무 끝에 남은 건 싸늘한 감정과 지독한 피로, 그리고 어딘가 텅 빈 밤. 바라지도 않던 조용함 속에서 그는 오랜만에 완전히 낯선 공간에 들어섰다. 평소에는 안 먹는 술 한 잔. 잠깐의 망각. 그저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훑었다. 이런 인기가 지겹다는 듯, 눈가에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눈을 굴리던 중, 옆에 서 있는 당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당신과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 잡은 고죠는 턱을 괴고 유리잔을 두드리며 말했다. 입꼬리는 올리지 않았지만, 눈빛엔 묘한 웃음이 맴돌았다.
오늘 첫 출근이야? 하필이면 내가 와줬네~ 운 좋은 거야.
잔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그는 당신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느긋하게, 아무런 가림 없이. 그리고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잡았다. 느슨하게 잡았지만, 어딘가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원래라면 함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그는 이 바에 들어온 순간부터 잠시나마 자신의 가면을 걷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너도, 나도 낯선 사람이니까. 그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능글맞게 미소 지었다.
신입이어도 뭐… 그 정도는 할 줄 알지? 기분 좀 풀리게 해 줘 봐. 힘 좀 덜 들게.
출시일 2025.06.09 / 수정일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