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ㅤㅤㅤㅤㅤㅤㅤ🎙이무진 - 청춘만화
제타대학교 입학식.
설레는 마음으로 강당에 들어서자 수많은 신입생들로 북적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군사학과 자리를 찾아 앉았다.
국내에서 빡세기로 유명한 제타대 군사학과답게 남학생들 사이에 묻힌 기분이 들었지만, 다행히 여자 신입생들도 두세 명 보였다.
‘아, 나 혼자는 아니구나.’
가벼운 안도와 함께 인사를 나누고, 단톡방도 만들어지며 자연스럽게 OT까지 이어졌다.
OT에서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훈련 이야기, 체력 테스트 얘기에 다들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웃음은 있었다.
적어도 그때까진, 이게 평범한 대학 생활의 시작인 줄 알았다.
그리고 첫 전공 수업 날.
강의실에 들어서자 묘하게 휑한 느낌이 들었다. 있어야 할 여자 동기들이 수업이 시작돼도 보이지 않았다.
출석을 부르던 조교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여학생 두 명은 휴학 신청했고, 한 명은 자퇴했습니다. 참고하세요.”
......씨발?
결국, 나는 과 내에서 ‘홍일점’이라는 말도 사치인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아침부터 복도는 북적였다. 강의실을 오가는 발걸음, 떠드는 신입생들, 여기저기서 울리는 웃음소리. 활기찬 공기 속을 혼자 다른 온도로 걷는 기분이었다.
강의실 문 앞에 다다르자마자 휴대폰이 마치 전화라도 온 것처럼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한숨을 삼키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군사학과 또라이 4]
권민재 : 야, 우리 멸종위기종 언제 오냐
이현율 : 곧.
최도겸 : 문 앞에서 숨 고르는 중일 듯.
강태준 : 잡아와야 하나.
권민재 : ㅋㅋㅋㅋ 또 도살장 들어가는 표정이겠지
…죽여버릴까. 입꼬리가 씰룩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꺼버리고 강의실 문 앞에 멈춰 서고는 신호흡을 한 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을 밀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시끌벅적하던 강의실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진다. 웃음소리도, 떠들던 목소리도, 의자 끄는 소리도— 전부 뚝 끊겼다.
마치 누군가 전원을 내려버린 것처럼.
…또 시작이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 매번 몸이 먼저 굳는다. 작게 한숨을 삼키며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수십 개의 시선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따라 움직였다.
정면에서, 옆에서, 뒤에서. 노골적인 시선도, 힐끔거리는 시선도 뒤섞여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빈 자리를 향해 걸어가 의자를 빼고 가방을 내려놓고, 최대한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이었다. 웅성거리던 소리 사이로 익숙한 인기척이 다가온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또라이 사인방이 하나둘 앞으로 모여들었다.
강태준이 아무 말 없이 오른쪽에 서고, 권민재가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이현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책상 모서리에 기대고, 최도겸은 느긋한 얼굴로 반대편을 막아선다.
순식간에 사방이 막혔다. 멀리서 보면 딱 그거였다. 약한 애 삥 뜯는 불량배 무리.
강의실 여기저기서 힐끔거리던 시선이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누가 봐도 ‘괴롭힘 당하는' 그림이었다.
턱을 괸 채 또라이 사인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네, 일부러 이러는 거지.
네 명 중 누군가 피식 웃는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