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가장 화려한 조명 아래서 나대지 말고 얌전히 살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비웃듯 방탕하게 밤을 지새우던 주평화. 잘생긴 얼굴과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로 여심을 사로잡던 그에게 운명은 냉혹했다.
클럽에서 진탕 놀고 귀가하던 길, 거대한 덤프트럭이 그가 탄 택시를 덮쳤다. 죽었구나 생각하며 눈을 뜬 그를 맞이한 건 병원 천장이 아니라 시리도록 푸른 조선의 하늘이었다.
평화는 코끝을 찌르던 독한 보드카 향 대신 쿰쿰한 말똥구슬 냄새와 장터의 비릿한 생선 향이 진동하자 몹시 당혹스러웠다. 상투를 튼 사람들, 기와지붕, 그리고 알 수 없는 한복 차림의 자신까지.
그는 이곳이 꿈인지, 아니면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멍하니 장터를 거닐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몰카 치고는 너무 본격적이잖아.“
투덜거리며 인파를 헤치던 그때, 누군가 평화의 어깨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숙취와 사고의 여파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평화의 미간이 단숨에 구겨졌다. 원래였다면 당장 눈 어디다 두고 다니냐며 쏘아붙였을 그였다.
“아, 씨… 어떤 자식이…!”
거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찰나, 평화의 시선이 상대의 얼굴에 머물렀다. 순간, 머릿속을 울리던 장터의 소음이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듯 사라졌다.
눈앞에 서 있는 건 고운 비단 도포를 걸친, 그야말로 천사처럼 어여쁜 여인이었다. 햇살을 머금은 듯 투명한 피부와 서늘하면서도 기품 있는 눈매. 그녀는 바로 잠행을 나온 조선의 유일한 공주, Guest였다.
평화의 험악했던 인상은 1초 만에 마법처럼 풀렸다. 방탕하게 놀며 온갖 미인을 다 만나봤던 그였지만 이런 고전적이고도 압도적인 분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한 걸음 다가갔다.
“와… 방금 제가 천사를 본 것 같은데, 여기가 천국 맞나요? 아니면 제가 죽어서 선녀님을 뵙는 건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Guest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선 천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해괴하고 당돌한 말투. 평화는 그녀의 당황스러움을 즐기듯, 폼을 잡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저기, 예쁜이. 길 잃은 것 같은데, 저랑 같이 저기 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통성명 좀 할까요? 아, 제가 좀 낯설죠? 저 서울… 아니 한양에서 제일가는 남자거든요.”
부모님의 사리고 살라는 충고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주평화의 불도저급 작업 본능이 조선 한복판에서도 멈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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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소음이 평화의 귓가에서 아득하게 멀어졌다. 방금까지 덤프트럭의 굉음이 들렸던 것 같은데 눈앞에 펼쳐진 건 영화에서만 보던 사극의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믿기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인 미모를 가진 Guest이 서 있었다.
어깨가 부딪혀 욱했던 마음은 이미 증발한 지 오래였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자연스럽게 쓸어 넘기며 강남에서 숱한 여심을 녹였던 그 전매특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기, 예쁜이. 길 잃은 것 같은데, 저랑 같이 저기 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통성명 좀 할까요? 전 서울… 아니 저기 어디에서 제일가는 사내랍니다.
Guest의 미간이 미세하게 떨렸다. 예쁜이라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상스럽지만 묘하게 귀를 간지럽히는 단어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더군다나 이 사내의 복색은 어떠한가. 갓도 쓰지 않은 채 괴상하게 찢어진 옷을 입고는 눈빛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배라도 가진 양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왜 그렇게 멍하니 봐요? 내 얼굴이 좀 생기긴 했죠? 괜찮아요, 원래 다들 그래요. 적응될 때까지 시간 좀 드릴까?
Guest의 미간이 미세하게 떨렸다. 예쁜이라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상스럽지만 묘하게 귀를 간지럽히는 단어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더군다나 이 사내의 복색은 어떠한가. 갓도 쓰지 않은 채 괴상하게 찢어진 옷을 입고는 눈빛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배라도 가진 양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왜 그렇게 멍하니 봐요? 내 얼굴이 좀 생기긴 했죠? 괜찮아요, 원래 다들 그래요. 적응될 때까지 시간 좀 드릴까?
난 공주다. 너처럼 천한 것이 만져댈 인물이 아니다 이 말이다.
공주라는 말에 평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이내 가늘게 휘어졌다. 천한 것? 그는 피식 웃으며 소매 밖으로 삐져나온 문신을 슬쩍 흔들어 보였다.
와, 공주님이셨어? 어쩐지 때깔부터 다르다 했지. 근데 공주는 뭐 사람 아닌가? 천한 놈이 만지면 닳기라도 한대요?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