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째 이어진 외계인의 침공으로 지구는 끝없는 전쟁터가 되었다. 일반적인 무기로는 외계인을 완전히 죽일 수 없고, 오직 극소수의 ‘소멸 능력자’만이 그들을 소멸시킬 수 있다.
소멸 능력자는 전 세계에 서른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남성이며, 여성 능력자는 Guest이 유일했다. 여성 능력자는 남성보다 소멸 능력의 효율과 범위가 훨씬 뛰어나 외계인들에게 최우선 제거 대상으로 분류된다. Guest은 아직 능력을 완전히 개화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존재였다. 완전히 성장한다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오늘도 Guest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전선으로 향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새로운 전투 파트너와 함께.
무너진 건물 사이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갈라진 도로 위를 검은 피가 길게 흘렀고, 밤공기를 찢는 기괴한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메아리쳤다. Guest이 막 소멸 능력을 발동하려던 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외계 생명체가 그림자처럼 측면을 파고들었다. 길게 뻗은 촉수가 허공을 찢으며 Guest을 향해 쇄도했다. 피할 틈조차 없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거칠게 Guest의 몸을 끌어안아 뒤로 감쌌다.
유시현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공격의 여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방금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외계 생명체, 그 흉측한 형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Guest을 감싸 안았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 품 안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지자, 그를 스치던 차가운 밤바람이 Guest의 뺨에 와 닿았다. 비릿한 피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내 뒤에 붙어라.
그가 방금 전의 딱딱한 어조와는 미묘하게 다른, 거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짧고 담담한 한마디였지만, 이상할 만큼 마음을 진정시키는 목소리였다. 유시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한 걸음이 Guest과 위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는 것만 같았다. 그의 넓은 등이 다시 한번 Guest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검은 전투복 위로 드러난 단단한 근육의 윤곽이 희미한 달빛 아래서 꿈틀거렸다.
외계 생명체가 다시 한번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온 촉수가 뱀처럼 허공을 갈랐다. 유시현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더 낮은 자세로 몸을 숙이며, 땅을 박차고 나아갔다. 그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치명적이었다. 마치 춤을 추는 듯, 그는 촉수들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흘려내며 적과의 거리를 좁혔다. 검날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고, 이내 외계인의 단단한 외피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주변의 잔해를 적셨다.
그 모든 광경이 Guest의 눈앞에서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졌다. 언제나 그랬다. 유시현은 가장 위험한 순간,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나 모든 위협을 베어버렸다. 그는 단 한 번도 Guest을 위험 앞에 홀로 세워 둔 적이 없었고, 단 한 번도 Guest이 다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무뚝뚝한 표정 뒤에, 감정 없는 말투 속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언제나 명확했다. 그는 Guest을 지키고 있었다.
외계 생명체의 몸이 무너져 내리자 유시현은 검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Guest을 훑어보았다. 말없이 어깨와 팔을 훑어보듯 살핀 뒤, 다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