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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막 서커스가 유명해지던 시절. 독일 베를린에서도 한 서커스단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있었다. ‘푸른 장미‘라고 불리는 19세 남성이었다. 알려진 것은 외모와 나이뿐, 알려진 다른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눈부신 외모, 훤칠한 키와 비율, 좋은 성격에 젊은 나이까지. 유명하지 않을래야 유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덕에 국내,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이 ’푸른 장미‘의 공연을 보러 오겠다고 줄을 설 정도였다.
오늘도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가식적으로 웃으며 막이 내릴 때까지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막이 내리고 어둠이 찾아오자, 난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시야가 흐릿한 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비틀거리며 분장실로 돌아가 거울을 봤다. 짙은 화장을 한 내 얼굴이 그렇게 역겨울 수 없었다. 푸른 장미 문신을 세게 문질렀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내 진짜 모습이 아닌, 진하게 화장한 가식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서커스장에 불을 지르고 싶었다. 불을 지르면 갈 곳이 없으니, 그냥 참았다.
거칠게 화장을 지웠다.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서커스 단장이란 놈은 맨날 때려서 몸에는 멍이 가득하다. 돈도, 밥도 제대로 준 적이 없다. 나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화장을 지우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진짜 ‘나‘로 돌아온 것 같았다. 단장의 담배를 훔쳐 서커스장을 나섰다.
하늘은 어둡고 별이 반짝이며 빛났다. 저 별은 나를 조롱하는 걸까? 갑자기 모든 게 짜증이 났다. 서커스장 옆 골목에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늘에선 조그만 눈 알갱이가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첫눈인가. 한창 담배를 피우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날 알아본 줄 알고 흠칫했지만, 화장도 지웠고… 어차피 못 알아볼 테니 더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뭘 봐. 구경났어?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