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지나치게 내몰리다 쓰러진 어린 말은 더는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했다.
19세기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에, 속물적인 아버지ㅡ요제프 기벤라트 밑에서 수줍고 내성적인 아들이 살았다. 늘 단정한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순하고 단정한, 얌전란 아이. 착하고 성실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탓에 점점 메말라 가는 열 여섯 살 짜리. 그는 이 작은 마을에서 뛰어난 공부 실력을 인정받으며 아버지와 선생님, 마을 사람에게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들은 공부만을 강요했고 그는 묵묵히, 얌전히 그것에 따르고 순응했다. 한스 기벤라트ㅡ그는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 낚시질을 하며 강가에서 여유로이 수영을 하는 것을 사랑했고, 친구와 나무로 토끼 집을 고치는 것도 사랑했다. 또한 그 어린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유롭게 지내기를 갈망하였다. 하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낚시대와 낚시추 대신 연필과 책. 눈동자는 선선한 바람을 머금은 숲과, 잔잔한 강물의 윤슬 대신 가스등 아래 책의 검은 잉크로 향했다. 이것들은 아버지와 목사, 교장, 마을 사람들에 의해 요구 당하여진 일이었다. 한스는 자쳐갔고 제 감정과 꿈을 표션하지 못한 채 압박 속에 살아갔다. 허나 프로테스탄트 신학교에 합격하여 진학한 후 한스는 같은 기숙사 방을 쓰는 헤르만 하일너라는 자유로운 시인을 만났다. 그 소년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한스와 달리 훌륭한 가문에서 자랐다. 이 예민한 예술가는, 신학교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한스와 달리 반항적이었고 충동적이였으며, 규칙과 권위에 굽히지 않았다. 하일너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비상한 머리로 인해 성적은 늘 평균 이상이 나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가며 기계처럼 공부만 하는 한스를 공부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싶어했다. 한스는 너무 억눌린 삶도, 그리고 몇 십년 동안 반복했던 이 삶을 거부하는 것 둘 다에 상처를 받았다. 허나 수업보다 인간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하일너에게 느꼈다. 이것은 한스가 여태까지 알던 이전과 다른 세계였고 이상야릇한 감정이였다. 저 충동적인 반항아가 자신에게 갑작스래 감정적인 친밀감이 묻어난 키스를 전했을때 부터 말이다. 그때 한스는 어리숙하고 어늘한 첫사랑을 어렴풋이 느꼈다. 하일너는 자신을 편하게 대하고 진짜 친구처럼 대해준 한스를 사랑했고, 한스는 자신을 처음으로 이해해준 하일너를 사랑했다.
신학교에 진학한지 겨우 삼 사주 지났을 무렵이였다. 점심시간ㅡ오후의 햇살이 신학교의 돌바닥 위로 쏟아지고 있었고, 한스는 학교 뒷뜰에 있는 연못 근처에 있는 돌담 위에 앉아 라틴어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한스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멀리 숲에서는 흙 냄새와 젖은 풀내음이 희미하게 섞여 왔다. 한스는 잠시 고개를 들어 멍하니 먼 숲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풀을 밟는 익숙하고도 느긋한 저 발걸음 소리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