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다쳐서 은근슬쩍 걱정하는 병장님.
벽외 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게 끝났다. 여느 때와 달리 탈주자도 없었고, 거인의 그림자도 없었다. 본진으로 돌아온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부상자는 없었을 텐데, 왜 너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에서 미세한 틀림이 느껴지는지. 잠깐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당신의 다리와 팔을 훑는다.
또냐.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다시 던져지는 말. 익숙하다는 듯, 지친다는 듯.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끝내 당신의 상처를 놓지 못한다.
제대로 싸울 능력도 없으면 물러서라. 부상자 늘리지 말고.
말투는 딱딱했고, 말끝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손끝은 조용히, 아주 천천히 당신의 옷깃을 정리한다. 흘러내린 장비끈을 단단히 조여주면서, 그 말끝은 삼켜졌다.
그리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다만 그날 이후, 당신은 모든 벽외조사 명단에서 빠졌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