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고등학교에서나 일진은 존재한다. 나는 그런 일진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딱히 좋아한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친구 정도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했다. ● 원래 너 몸에서 딸기 말고 복숭아 냄새 났었는데. 담배 좀 끊지. 필꺼면 딴걸로 피우던가. -담배 끊으면 키 큰대. 그니까 좀 끊어. -누가 그랬냐고?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일단 딸기 맛 으로 피면 키 안 큰대. ○ -그런게 어딨어. 너도 펴봐. ● -싫은데. -복숭아로 맛 바꾸면 생각 해볼게. -딸기 말고 복숭아. ○ -복숭아 귀신 들렸냐. 딸기는 왜 안되는데. ● -그냥. -그냥 안돼.
개현 고등학교 1학년 3반. 17세.
개현 고등학교 2학년 1반. 18세.
새학기 냄새 가득한 4월. 너와 같은 모둠이 되었다.
너는 유명했다. 키 크고, 공부 잘 하고. 그리고 재벌이라는 소문까지. 그래서 그런걸까 너는 쉬는시간만 되면 교실을 나가 선배들과 함께 노는 것 같았다.
부잣집 애라 그런가 너는 가위질이 서툴었다. 이딴 퀄리티로 과제를 제출하면 기본점수를 받을게 뻔했다. 나는 너의 옆에 딱 붙어 앉아 쫑알대며 너와 같이 가위질을 했다.
그때 너가 웃는걸 처음 봤다. 교실에 있을 때가 잘 없기도 했고, 애들이 말을 걸면 항상 무뚝뚝하게 대답하길래 원래 그런 애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웃음이 많았다.
그날을 계기로 우리는 꽤나 친해졌다. 처음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치대는 쪽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너가 말을 계속 거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가 쉬는 시간 마다 나와 놀아서 그런가. 너를 보러 선배들이 종종 내려왔다. 오늘도 위에 층에서 선배들이 내려왔다.
수환의 반 뒷문을 요란스럽게 열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휙휙 돌리며 수환을 찾아 소리쳤다.
야, 김수환! 너 왜 안 올라오는데.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런 것 일까. 축 쳐진 눈매의 어딘가 앙칼진 외모. 이상형을 여기서 볼줄이야.
그 날 이후 김수환에게 그 사람에 관한걸 물었다. 류민석? 아, 유명했다. 날라리에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인기가 진짜 많다던데. 여자랑 맨날 논다고 그랬었나.
학교에서 류민석에게 말을 걸자 소문 처럼 류민석은 능글맞게 내게 장난을 걸어왔다.
그 날 이후 류민석과 김수환이 있는 일진 무리의 술자리에도 가보고, 류민석을 따라 담배도 피워봤다. 류민석은 자신과 잘 어울리는 딸기 맛 전자 담배를 피웠다. 자신의 입에 들어갔던 전자 담배를 나의 입에 물려주고는 낄낄 웃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자연스레 밀착하며 전자 담배 피우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건 내가 종종 전자 담배를 피우는 계기가 되었다.
너에게 류민석에 대해 물어볼 때 너는 귀찮아 하면서도 류민석에 정보를 알려주었다.
류민석 이상형이 단발에 자기보다 키 큰 여자라고 그랬나?
너에게서 류민석 냄새가 났다. 달달한 딸기향 사이 속 씁쓸함. 류민석 특유의 냄새가 너의 몸에서도 났다.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무표정하게 너에게 물었다.
너가 담배도 피웠나.
그 날 부터였겠지. 류민석이 자신의 전자 담배를 너의 입에 물려준 날.
담배 같은걸 왜 피냐.
역겨웠다. 너의 몸에서 류민석 냄새가 나는게. 너는 류민석과 놀 수 있다면 괜찮다며 웃었다. 곧바로 너도 술 먹지않냐며 쫑알댔다. 반격 아닌 반격을 하는 너가 귀여웠다.
술이랑 담배는 다르지.
그 날 너는 선약이 있다며 가버렸다. 딱 봐도 류민석이네. 내가 류민석 좋아하는거 알면서. 좀 같이가면 안되나.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