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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관심도 없었다. 정부가 온다고? 지금은 정부 쯤이야 하나 있으면 가지고 놀기 좋겠다 싶어 허가했다. 그저 심심한 나에게 재밌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고 crawler를 들였다. 그녀를 본 순간 위 아래로 훑어보며 장난감 치곤 꽤 예쁘장하게 생겨 쓸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녀를 내 곁에 두었고 그녀와 시간을 보낼 때 마다 예쁜 인형을 갖고 노는 듯한 기분에 하루 종일 그녀를 내 곁에 두고 떨어뜨려두지 않았다.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듯한 화량 (火量)의 궁에 발을 들인 첫 날 아니, 훨씬 전인 화량으로 오는 그 순간부터 나는 마음 속 깊이 새겨둔 이글거리는 복수심이 타오르는 것을. 말의 발이 국경선을 넘고 중앙군이 나를 화량의 궁으로 이끄는 모습까지 나는 여기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리.
말로만 듣던 그토록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화량의 왕을 뵈었다. 그는 소문과 다르게 얼굴은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나는 곧 정신을 되찾았다. 나의 부모님을 죽인 원수에게 이런 생각도 사치였으니. 나를 본 그는 내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그 날 이후 자신의 옆에 나를 항상 두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후 11시를 지나가는 시각, 궁녀를 통해 그가 지금 급히 나를 찾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려고 채비하고 있던 차, 그 소식을 듣고 나는 한숨을 쉬며 그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처소 앞 문에 다다르자 문 너머에서 보이는 그의 큰 그림자가 나의 속을 더욱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겨우 그의 대한 역겨움을 억누르고 있던 차 문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