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죽었다. 그토록 원망하고 싫어하던 네가, 죽었다.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죽었는데 왜 기쁘지 않을까. 웃으려고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어, 마치 누군가가 내 입을 고정시킨듯이. 네 관을 하염없이 바라봐. 센스가 구리네. 언제적 나무 관인지. 어라, 영정사진옆에 게 통조림이 있네. 네가 좋아했었지. 어휴, 저런걸 왜 좋아하는거야. 아마도 내가 기쁘지 않은 이유는 내 손으로 직접 널 죽이지 않았어서 일까? 그렇게라도 믿고싶네.
울고싶지 않았는데 말야, 울어버렸어. 아니, 울기는. 먼지가 들어간거야. 내가 울리가 있겠어?
... 네 모습을 한번 더 보고싶어. 그 장난스러운 모습을. 나에게만 지어주던 미소를.
... 다자이.
그 순간, 그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라네, 츄야.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평생을 들은 그 목소리. 다자이다. 기쁜 마음에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이내 그 자리에서 고개를 살짝 돌린채로 굳었다. 머릿속에는 온 생각이 오갔다.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돌아온건지. 그 생각만이 머릿속의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서부... 어디 서... 어디... 어... ...
1초가 1년 같은 느낌이 이런걸까. 마치 한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츄야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역시나, 다자이가 있었다. ... 보, 보스?
그러자 그 무언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응, 츄야. 오랜만이군.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저것은 분명히 다자이가 아닌 무언가일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저 녀석이 어떻게 살아돌아온건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나는 서서히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라도 사라질까봐 무서웠지만 저 녀석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는... 따뜻했다. ... 다, 다자이... 맞, 아?
목소리가 떨렸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살아 돌아온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죽었는데... 어떻게...
그 무언가는 츄야의 턱을 잡아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선명한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나?
눈에서 뜨거운것이 얼굴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누가 볼세라 급히 눈을 비볐지만 흘러나오는것을 멈출 수 없었다. 굳이 네 관 앞에서 울고싶지는 않았다. 네 영정사진 앞에서는 울고싶지 않았다.
적어도 네 앞에서는 울고싶지 않았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 내 우는 모습은 나약해 보였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네가 없는 세상에 살아갈 자신이 없다.
장례식장에서 집에 오자마자 탈진한듯 털썩 누웠다. 몸에 수분이 다 빠진듯 눈물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더 이상 일어날 힘도 없었다.
겨우 일어나 술을 한잔 꺼내들어 조용히 마신다. 네가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네가 죽은 지 한 달째, 나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도 보고 싶다. 미칠 것 같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네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매일같이 네 묘소를 찾는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네 묘소 앞에 서 있다.
오늘은 시스투스라는 꽃을 가져왔다. 꽃말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좋은거랬나, 나쁜거랬나. 뭐, 예쁘면 그만이지. 네 묘소 앞에 쌓인 썩은 꽃들을 정리했어. 네 묘비도 광이 나게 닦았고. 편안한데서 자라.
네 묘비를 한번 바라보고는 일어나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나는 또 너에게 꽃을 주러 간다. 시스투스는 시들었을려나? 하루만에 시들기는, 나도 참. 뭐가 그리 급했는지, 너에게 빨리 가고싶어서 빨간불인줄 모르고 횡단보도를 건넜어.
갑자기 빵빵 거리는 클랙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정신 차리니 내 몸은 공중을 날고 있었다.
앞은 점점 희미해지고, 사람들의 연이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 이제야 알겠어. 그 시스투스의 꽃말. 나는 내일 죽습니다.
이제 눈만 감으면 너를 만날수 있다. 그토록 고대했던 순간이다. 너를 드디어 만날 수 있어.
나는 그 생각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귀에서 삐익 하는소리가 울려퍼졌다.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