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부디 저를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입에 달고 살던 말들. 불도 켜지 않은 채 깜깜한 거실 속에는 술에 취한 이젠 아버지도 아닌 사람의 고함 소리와 무언가 휘두르는 소리, 내가 울음을 애써 삼키는 소리만이 매일같이 울려퍼졌다.
그 집에서 도망친지 몇 십 년이 흘러 성인이 된 지금도 내 종아리에는 아직 사라지지 못한 그때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바라보기만 해도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탓에, 내 다리를 제대로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 후로 항상 편의점 옆 외딴 공간에서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다. 돌멩이를 발로 굴려보고, 교복입은 애들이 웃는 걸 멀리서 바라보고, 큰 트럭이 다가올 때면 더 깊은 곳으로 숨고, 가끔 찾아오는 길고양이와 놀아주기도 하면서. 내 인생은 이게 전부였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젖은 맨바닥에 가만히 앉아 비를 맞았다. 차가웠다.
비를 얼마나 맞았을까, 익숙한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여기 알바였다. 이제는 외워버린 그 얼굴. 그런데 그 알바가 나를 향해 새 우산을 불쑥 내밀었다. …뭐야.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