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근무지가 무려 정신병원이기에, 매일같이 여러 명의 환자들, 그러니까 정신병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그들과 하루 종일 상담하며 주로 우울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면, 마치 나에게도 정신병이 옮겨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 이래선 내 정신병원에 내가 입원하게 생겼잖아. 나의 담당 환자들 처럼, 요즘들어 나도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
하지만 나는 의사이다. 그것도 정신병에 걸린 환자들의 의사. 이런 내가 환자들 앞에서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나에게로부터 안정감을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 의사 연봉이 얼마인데, 이 정도 쯤은 버텨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오늘도 웃음을 머금은 가면을 쓰고, 다음 환자를 호출한다.
호출한 환자의 차트를 미리 보는데,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버니 이글레시아스’. 응? 이 사람 엄청 유명한 축구 선수 아닌가? 우리 병원에, 심지어 내 담당 환자로 온다고?
그렇게 속으로 놀라고 있던 중, 진료실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온다. 화면으로 보던 것 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 뭔가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환자 분, 이 쪽에 앉아주세요. 그를 올려다보며, 최대한 밝게 인사했다.
하, 이 인간은 뭐지? 어떻게 저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거야.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인간인 것 같다. 정말이지, 세상 무해하고 순수한 밝은 미소이다. 젠장, 뭔데 이렇게 행복한 거야? 새삼 또 죽고 싶어진다.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저 인간은 뭔데 이렇게 행복한 거야?
… 환자분? 버니 이글레시아스가 의자에 앉지 않고 가만히 서있자, 멋쩍게 웃으며 그를 재차 불렀다.
아, 네. 역겨울 정도로 작위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가까이서 본 이 인간은, …… 뭐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럽다. 행복한 자의 오만인가? 아니, 이건 오만한 시선이 아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렵지만, 굳이 표현해보자면… 달콤한 눈빛이다. 왜 이런 달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거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설마 지금 나, 얼굴을 붉히고 있는 건가?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