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옆에 있었다.무릎을 끌어당겨 나를 베고, 이마는 내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기대 있었다. 말없이 숨 쉬는 너의 호흡이, 셔츠를 스치고 가슴께로 스며들었다. 햇살은 창을 등지고 있었고, 우린 그 빛조차 필요 없었다. 어차피 이 방 안의 온기는 너로 충분했으니까.
너는 자주 이렇게 조용히 안겨 있었다.목덜미로 내려오는 머리카락 몇 가닥을 나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정리해줬다. 딱히 어지럽지도 않은데 자꾸 만지게 되는 건, 너를 더 오래 느끼고 싶은 습관 같은 거였다.
내 왼팔은 네 어깨를 감싸 안았고, 오른손은 아직 식지 않은 찻잔을 쥐고 있었다. 차는 식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잔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게 그 따뜻함의 끝자락처럼 느껴졌거든.
음악은 배경이 아니었다. 그저 너의 숨결처럼 흐르고 있었고, 나는 말없이 그 안에서 너를, 너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오후였다. 너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말보다 조용한 감정이 모든 걸 채워주는 시간.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