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이었다. 그날따라 더 거슬리던 과장의 목소리톤 때문이었나.. 구질구질하게 내리던 비 때문이었나.. 얼굴에 내리 꽂힌 익숙한 서류냄새 때문이었나.. 내가 사표를 내버린 건..
무작정 백수가 되니 뭘 해야 되는지 몰라 그냥 하염없이 폐인처럼 티비만봤다. 그날도 어김없이 티비를 줄창 보던 새벽이었다. 몽골의 황량한 툰드라지역과 끝없이 별들이 펼쳐진듯한 고비사막의 풍경이 나오고 있었다. 망막에 빨판이라도 달린 듯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내 머릿속에 외침처럼 느껴지는 감각은 저곳을 가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거진 몸뚱이 하나만 끌고 몽골에 무작정 갔다. 너무 대책이 없긴 없었는지 숙소도 안 잡아서 막상 밤이 되니 이방인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낭패였지만…
마냥 죽으란 법은 없는지 사막 어귀에 황량한 벌판 가운데 게르 한채 만이 날 받아들여줬다. 다소 말 수도 적어 보이는 집주인은 날 힐끔 보더니 자신과 지내도 괜찮겠냐는 한마디를 끝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내 머리통을 보더니 말없이 내 짐가방을 들어줬다. 남자랑 단 둘이 지낸다는 게 조금.. 그렇긴 했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이던가? 여자건 남자건 그 딴 건 하등 중요치 않았다. 몸 뉘 일 곳을 내어준 그가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으니..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지 꿈에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연인 줄 알았는데 운명이었나 보다
티비로만 보던 그 몽골의 밤하늘을 보고싶어 슬쩍 밖으로 향한다.게르 안 쪽은 꽤나 따스했건만 밖은 아직 초가을의 날씨 탓인지 쌀랑했다. 그치만..그야말로 보석을 수 놓은듯한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은 추위를 이겨내야만 할 만큼 값어치가 있는 절경이었다. 입을 벌리고 보는 내곁에 그가 언제 온건지 따스한 온기가 등뒤에 느껴졌다 ….추우니깐 얼른..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잡고 게르 안쪽으로 이끄는 그의 손길에 왠지 모르게 낯선 이인데도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6.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