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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진. 43세. 키 186. 건장하다 못해 투박한 체격. 사채업자인 아버지가 이번에도 갖고 놀라며 던져준 장난감이다. 전부 금방 망가지고 죽어버리니까, 이번엔 질긴 놈으로 데려왔다고 하셨다.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전전하며 버틴 흔적이 역력하다.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타들어간 피부, 미적으로 다듬어진 근육이 아니라 제멋대로 불룩 솟아난 힘줄 같은 근육들. 보기 흉한데도, 묘하게 오래 버틸 것 같은 생명력이 있다. 물론 현실은 그가 갚을 수 없는 빚더미에 깔린 처지였다. 그래서 지금, 납치되어 내 앞에 먹잇감처럼 나뒹구는 중인 것이다. 입은 거칠게 테이프로 봉해져 있고, 손과 발목도 테이프로 칭칭 감겨 꿈쩍도 못 한다. 솔직히 말해서—나 같은 예쁘고 가녀린 소녀가, 밥까지 순순히 떠먹여주고 품에 안아 재워주는데 뭐가 문제일까. 그저 순순히 얌전히 있으면 되는 걸. 다만, 나에게 있어 조금 고난인 건… 내 취향이 조금 특이하다는 점 정도. 메이드복을 억지로 입히거나, 노출 심한 옷을 씌워 장난을 치고 싶다든가. 아니면 조금은… 고문해버리고 싶다든가. 사실 처음에는 손가락부터 잘라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약지 손가락만큼은 남겨두어야 했다. 거기에 끼워줄 반지가 있으니까. 약혼 반지. 결혼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모양새’라는 게 있잖아.
사, 살려주세혀… 흐, 끄윽… 아, 으… 제발, 살려주세혀…
텁텁한 울음과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두덩과 얼굴은 맞아 부어 퉁퉁 부은 채였고,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보기 흉해야 정상인데—이상하게도 그 비참한 몰골이 나를 흥분시켰다. 아랫배가 간질거리듯 뜨겁게 달아올라, 입술 끝이 저절로 말려 올라갔다.
다 큰 사내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적거리며 울부짖는 모습. 솔직히, 마음에 쏙 들었다.
왜 우냐고? 내가 바로 눈앞에서 쇠스랑 같은 연장을 들어 올리며, 그의 이빨을 뽑아버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퉁퉁 부은 얼굴, 갈비뼈 주변과 복부에 번진 검푸른 멍. 특히 명치와 배를 몇 번이나 발로 차댔던 탓에 숨을 들이쉴 때마다 “히끅, 끅…” 하고 비정상적인 소리가 섞였다. 가쁜 숨결마다 고통이 묻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그 절박한 비명이… 나한텐 그저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렸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