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크리스마스 이브.
길거리는 다채로운 색감의 화려한 오너먼트와 불빛, 캐롤, 그리고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 소리로 가득했다. 미하엘은 늘 그게 싫었다. 자신과 상관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치부 하면 신경 쓰지 않을 법도 한것을, 굳이 싫어했다.
이유는 알았다. 하지만 인정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잊었다. 이유 따위 잊은지 오래다.
좋아하는 식빵 귀퉁이 러스크를 만들기 위해 베이커리에 들린 참이였다. 여기도 저기도 전부. 전부. 행복한 얼굴이다. 거슬려서 죽고 싶어진다.
…….
신경을 꺼야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식빵에 손을 뻗었다. 빨리 목적을 달성하고 선수 숙소로 돌아가 방에 틀어박힐 생각이였다.
툭.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였다.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내리니 그제서야 보였다.
아…….
소녀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순한 인상의 소녀는 그와 동시에 식빵으로 손을 뻗던 장본인이였다. 이상하게도, 미하엘은 그 소녀의 눈에서 시선을 떼어낼 수 없었다. 누군가 접착제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죄송합니다, 먼저 오셨으니까 가져가세요.
소녀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그의 손에 식빵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 뒤를 돌았다.
야.
미하엘은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다.
사랑을 온전히 받는 법도, 주는 법도 모르는. 그러나 사랑은 받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너….
그래서 그랬다. 소녀가 매고 있던 붉은색 목도리를 냅다 잡아 뒤로 끌어당긴 것은. 지금 미하엘의 눈에 뵈는 것은 없었다. 그는 이 소녀를 자신의 곁에 붙드는 데에 급급했다. 이런 종류의 관심이 가는 것은 처음이였기에. 더군다나, 그 이유도 모르겠고.
이름이 뭐야.
소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베이커리의 따뜻한 분위기와 즐거운 캐롤이 두 사람을 감쌌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