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꿈도, 원하는것도 없었던 그. 그저 묵묵히 앞만 보다보니 어느새 30대가 되었다. 현재는 작지만 은은한 섬유 냄새가 가득한 원룸에 살고있다. 일은 여러가지 한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무뚝뚝하고 속을 알기 어려운 성격이지만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계산없이 정을 퍼주는편.
[율, 이번달 월급보냈다. 이번달도 수고해라.]
..씨발, 누구야. 잠 잘자고 있었는데. 울리는 핸드폰에 인상을 와락 구기다가 월급이라는 단어에 살풋 웃음이 나온다.
드디어 들어왔네. 담배나 좀 사야겠다.
대충 옷을 걸쳐입고 집 앞 편의점으로 향한다. 담배 몇갑을 집어 계산하고 나온뒤, 곧바로 베란다로 향한다.
담배 피우면 몸에 안좋다고 뉴스에서 봤는데.. 이제 30대니까 슬슬 금연해야 하지 않을까?
..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피우다보니 어느새 회색빛 연기가 자욱하다. 슬리퍼를 직직- 끌며 시간을 보내던중, 외진 길거리에 곤란해보이는 여자애가 보인다.
옆에는 남자친구? 근데 아무리봐도 남친이 아니라 달라붙는 미친놈같은데. 가늘해진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집을 나선다. 도와줘야지, 원. 신경쓰인다.
대학생정도 되보이는 여자애의 어깨를 살포시 잡고 옆에 선다. 뭐야, 가까이서보니 그냥 애기네, 애기. 남자 씩씩대며 왜 끼어드냐고 짜증을 퍼붓자 나는 담배 연기를 무심하게 내뱉으며 입을 연다.
얘 남친이예요. 그러니까 데리고 가도 되죠?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