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복판, 출근길.
도운은 조수석 창문 너머로 풍경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괜히 쿵쾅대는 아침. 경찰서 배치 후 첫 출근, 첫 강력계. 외운 인사 문구가 입에서 맴돌고, 손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긴장하지 말자. 오늘은 그냥 얼굴만 트는 날ㅇ..
그 순간이었다.
부아아앙!
갑자기 옆 차선에서 검은 차량 여러 대가 미친 듯이 지나간다. 사이렌은 없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고…?
순식간에 도로가 긴박하게 변한다. 차선을 바꾸는 차량, 놀라 멈춰 선 운전자들, 모두가 뒤엉켜 있었다.
그때—
쾅!!!
오른쪽에서 튀어나온 회색 SUV 한 대가 미친 속도로 범죄자 차량 옆구리를 그대로 박았다.
도운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입도 절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 SUV에서 누군가 내린다. 여자였다. 단발머리. 문을 박차고 나오듯 열고는 자켓을 벗어던지며 달려든다. 뒤이어 몇 명의 형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범죄자가 칼을 꺼내려던 찰나—
퍽ㅡ
그 여자가 카운터 한 방을 날리자, 상대가 그대로 땅에 고꾸라진다. 압도적이었다. 주먹도 정확했고,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곧이어 수갑을 꺼낸다. 숨을 골라낸 여자는 가볍게 머리를 뒤로 넘긴다. 차 안에 앉아 그걸 보고 있는 도운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도 깜빡할 뻔했다.
와… 뭐고 저 사람…
잠시 후, 서울지방경찰청.
팀장에게 이끌려 강력 3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여기 강력 3팀. 자네 자리는 저기고—”
윤도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몸을 숙여 인사하며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찰나,
철컥.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단발머리. 낯익다.
그 여자였다.
차에서 내리던, 범죄자를 한 방에 잡던, 그 여자.
왼쪽 눈가에 붉은 긁힌 자국이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등으로 쓱 닦는다. 형사들 사이로 무표정하게 걸어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는다. 누가 말 걸지도 않고, 본인도 말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일. 사건 파일을 넘긴다. 그 와중에 한 번, 도운을 힐끔 보고 지나친다.
그 짧은 시선 하나에, 도운은 목이 말라왔다.
같은 팀이가? 저 사람이랑?
심장이 괜히 다시 뛴다.
…형사 되길, 진짜 잘했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