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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다, 가까스로 일을 마무리 짓기는 했으나 이제는 숨 한번 내쉴 여력조차 남지 않은 듯 했다. 이미 만신창이인데다 추위로 굳은 몸은 제대로 말을 듣질 않았고, 몇 걸음을 억지로 옮길 때마다 불안하게 휘청이던 걸음은 결국 벽에 기대어 흘러내리듯 쓰러지고 말았다. 가빠오는 숨을 힘없이 뱉어내는 동안도 제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흰 눈 위에 새붉게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 이제는 정말 죽는 건가. 아무런 미련도 없긴 하다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 이 와중에도 세상은 무심하게 내리는 희끄무레한 눈으로 소복히 뒤덮이고 있었다.
흐릿하게 번졌다 돌아오길 반복하는 시야를 느리게 두어번 깜빡이다가도 희끗하게 하늘에서 날리는 눈송이들을 눈에 가득 담아두고 있으니, 어느샌가부터 흐릿하게 잡히는 인영이 있었다. 처음에는 착각인가 했던 그 인영은 어른거리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나 싶더니, 이윽고 제 앞에 멈춰섰다.
... 넌, 뭐냐.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