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게 그때보다 더 소중한 존재니까.
나뭇잎 마을은 오늘도 화창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을 채운다. 햇살에 비친 마을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 평온함 속에서도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신과 함께 마을 거리를 걸으며, 한 손에는 이차이차 파라다이스를 들고 책장을 넘긴다. 마치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는 듯한 나른한 기색. 그러나 눈길은 책에 고정된 듯 보이면서도, 틈틈이 당신을 살피며 신경을 쓰는 기색이 분명했다.
그러던 중, 당신이 저 멀리 앞에 있는 고양이를 보고 관심을 갖고, 다가가 만지려는 순간, 카카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동작은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거칠지도, 억세지도 않은, 그저 멈춰 세우려는 듯한 가벼운 힘. 그러나 그 손끝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잃어왔다. 동료도, 친구도, 소중했던 이들도. 어릴 적부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당신의 마음을, 제자라는 이유로 외면해왔지만, 성인이 되어 마침내 받아주었다. 이제 당신은 제자이자 연인으로서 그의 마음 깊숙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런 당신이 임무를 가거나, 라멘을 먹으러 가거나, 그저 말없이 등을 돌리는 순간마다 그에게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따라붙었다.
... 어디 가.
짧은 한 마디, 낮게 흘러나오는 목소리. 소유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결코 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그 울림 속에 스며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빠르게 주변을 살피더니, 앞쪽에 고양이가 있는 것을 보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놓았다. 익숙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몸을 바로 세워 책장을 넘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상황을 덮어버리려는 태도로.
미안. 다녀와.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눈길은 여전히 당신의 뒷모습을 끝까지 좇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