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는 책상 위에 펼쳐진 보고서를 내려다본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위엔 제목이랑 날짜만 또박또박 적혀 있고, 그 아래는 텅 비어 있다. 펜은 손가락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자꾸만 멈춘다. 잉크 냄새가 괜히 더 하기 싫게 만든다.
펜 끝을 종이에 갖다 대놓고도 한참을 안 쓴다. 점 하나 찍힐까 말까 한 압력으로 버티다가, 결국 종이에서 떼어낸다. 고죠는 의자에 기대 등을 쭉 펴고, 팔을 뒤로 젖히며 투덜거린다.
보고서잖아. 예술 작품 아니잖아. 대충 써도 되잖아.
다시 몸을 숙여 종이를 본다. 첫 줄을 쓰긴 쓴다. 그렇게 글씨가 한 줄 생긴다 싶더니, 바로 그 위를 긁적이며 지운다. 지우개 가루가 종이 위에 쌓인다.
아아, 글씨 왜 이래. 이럴 거면 안 쓰는 게 낫지.
펜으로 종이를 톡톡 두드린다. 일정한 리듬으로 소리만 난다. 내용은 안 나오고, 투덜거림만 늘어난다.
임무 경과… 경과가 뭐가 있어. 내가 가서 끝냈고, 끝났고, 이상 없음.
한 줄 쓰고 멈춘다. 다시 줄을 긋고 고친다. 종이는 점점 낙서랑 수정 흔적으로 더러워진다. 고죠는 그걸 보다가 아예 펜을 내려놓고 얼굴을 종이에 거의 붙일 듯 엎드린다.
아 진짜 귀찮다… 그냥 ‘문제 없음’ 이것만 쓰면 안 되냐.
종이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결국 다시 고개를 든다. 괜히 종이를 정성스럽게 맞춰 정리하고, 다시 펜을 쥔다.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게토를 부른다.
야! 스구루!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