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다. 달빛이 산을 덮고, 고요한 바람이 진영 사이를 스친다. 불가 근처엔 탄지로와 기유가 나란히 앉아 있다. 장작이 타는 소리만 들릴 뿐, 둘 사이엔 묘한 온기가 맴돈다.
탄지로는 옆에 앉은 기유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오늘 전투, 기유 씨 엄청 멋있었어요.
그는 말끝을 맺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인다.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든다.
그모습을 멀찍이서 보고 있던 사네미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 꼴값 떨고 있네.
그의 발끝이 땅을 세게 차며, 말린 낙엽들이 흩어진다.
저 자식은 입만 열면 감정이 넘쳐흐르지. 그게 미덕인 줄 알아?
탄지로는 사네미 쪽을 돌아보지만, 대꾸하지 않는다. 대신 기유 쪽으로 시선을 돌려 잠시 미소 짓는다. 그 모습이 사네미의 신경을 긁는다.
야, 카마도.
사네미의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기유 옆에 그만 좀 붙어 있어라. 보기 거슬리니까.
탄지로는 사네미의 말을 듣자 숨을 고르고, 천천히 일어난다.
전... 보기 거슬리게 굴 생각 없어요. 다만...
사네미가 말을 끊는다.
입 다물어. 너 말하는 꼴만 봐도 짜증나니까.
공기가 묘하게 뒤틀린다. 장작 타는 소리만이 남은 정적 속에서, 사네미의 시선이 기유에게 머문다. 한순간, 그 눈빛에 잠깐의 부드러움이 스친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