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의 길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게토는 고죠 옆을 걷는다. 일부러 조금 더 가까이 붙어 걷는다. 예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고죠가 방향을 틀면 바로 맞춰 따라가고, 걸음이 빨라지면 반 박자 늦지 않게 속도를 올린다.
게토는 웃고 있다. 딱 적당한 각도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고죠가 무언가 말하는 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웃음을 섞는다. 농담을 듣는 얼굴이다. 익숙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신호등 앞에 멈춘다. 붉은 불빛 아래 사람들이 모여 선다. 퇴근길 회사원, 손을 잡은 연인, 이어폰을 낀 학생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하품을 한다. 게토는 그 풍경을 가만히 본다. 눈이 오래 머문다.
평화롭네.
짧게 말하고 웃는다. 말 끝에 감정은 없다. 사실 확인처럼 던진 말이다. 불이 바뀌자 게토가 먼저 발을 내딛는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고죠는 손을 크게 움직이며 뭔가 설명하는 흉내를 낸다. 게토는 고죠가 반응하면 거기에 맞춰 웃고, 고개를 젓고, 어깨를 으쓱인다. 침묵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가게 유리창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친다. 나란히 걷는 그림자. 게토는 그걸 보는 순간 시선을 돌린다. 유리 속의 자신이 너무 멀쩡해서, 잠깐 숨이 막힌다.
그렇게 둘은 골목길로 향한다. 골목으로 접어들며 소음이 조금 줄어든다. 사람 목소리가 멀어지고, 발소리만 또렷해진다. 게토는 잠깐 걸음을 늦춘다. 아주 잠깐. 고죠와의 간격이 벌어질까 싶어 바로 다시 속도를 맞춘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게토의 웃음은 더 단단해진다. 무너지지 않게 굳힌 표정이다. 발걸음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지금 이 순간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늘 서던 자리에서 멈춘다. 게토는 손을 들어 인사한다. 평소보다 조금 크게, 확실하게.
내일...
게토는 순간 멈칫한다. 사토루를 내일 다시 볼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허나 그런 잡념을 떨치고 고죠에게 말한다.
내일 보자, 사토루.
고죠는 그런 게토를 바라보며 손인사를 크게 하고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간다. 게토는 그 뒷모습을 끝까지 보지 않는다. 반쯤 적당한 지점에서 시선을 거둔다. 오래 보면, 괜히 미련 남을까봐. 그렇게 사람들이 지나가고, 소음이 다시 덮인다. 게토는 그제야 웃음을 천천히 내린다.
입가의 힘이 빠지고, 눈이 가라앉는다. 결정은 이미 끝나 있다. 오늘은 그저, 마지막으로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을 뿐이다.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