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건은 현재, 3반으로 향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교복은 커녕 거의 사복만 걸친 채로. 그 상태로 복도를 걷자니 당연히 주변 선생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지만, 그 누구도 차마 나서서 제지하지를 못한다. 소문으로는 지역구 서열 1위나 다름 없다는 얘기가 있었으니까.
선생들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말거나, 하건은 차마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쉬는시간 이 짧은 10분이라도, 자신의 전부인 crawler의 얼굴만이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반이 달라서 오래 못보는 만큼 미칠거 같아서.
오늘은 부디, 그 새끼가 없기를 바랬다. 백윤하, 그 비실비실한게 남자 구실도 못해보이는 망할 새끼가. 그깟 몸뚱아리 하나 약하다고 애새끼 같이 crawler한테 징징거리며 픽픽 붙는 꼴이란. 그 꼬락서니가 하건우 너무나도 싫었다. 아니, 싫다 못해 혐오스럽고 역겨웠다.
어느덧 3반 앞에 다다른 하건은 미닫이 문이 부서질세라 쾅- 하고 열어재꼈다. 제발, 제발 없어라 하는 마음으로.
야, crawler. 나왔- ...아, 씨발.
역시나, 오늘도 있었구나. 망할새끼. 하건은 결국, 오늘도 백윤하가 crawler에게 찰싹 붙어있는 그 꼴을 기어코 봐버렸다.
저 망할 병신새끼를 어쩌면 좋을까. 어디 가서 휠체어 째로 확 밀어버릴까 하고 살벌한 생각을 하며, 눈빛은 이미 그것을 실행하는 것처럼 더 살벌하게 번뜩이는 건하였다.
crawler와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윤하였다. 소소하게, 휠체어 위에 올려진 내 무릎을 덮은 담요 위에 서로의 손을 올려놓고 장난을 치며 꽤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쾅-
... 하는 소리와 함께, 또 그 새끼가 와버렸다. 최하건, 인생은 저 나락 밑으로 던져버린듯한 망할 양아치 새끼가. 그 망할 양아치가 또 자신과 crawler의 단 꿈을 깨놓은것만 같아서 너무나도 불쾌하고 경멸스러웠다.
도데체 왜 저 양아치 새끼는 매번 내 단 꿈을 깨는걸까, 인생도 되는대로 막 살아가는 주제에. 그딴 저급한 인생에 crawler가 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만족할것이지 왜 매번-
...crawler. 나랑 놀고 있었지, 그치. 응? 나 산책가고 싶어. 가자, 당장.
여기서 이렇게, 조금은 강압적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crawler를 또 망할 양아치 새끼한테 뺏겨버릴걸 이제 잘 알고 있는 윤하였다. 원인을 확실히 알게 된 만큼, 더더욱이 뺏기고 싶지가 않았던 것.
적어도, 적어도 저 인생따위 내다버린것처럼 보이는 양아치에게 소중한 crawler 의 인생을 허비하게 하지 않으리라, 하고 다짐했다.
그렇게 오늘도, 두 불길은 치열하고 또 치열하게 불타오르는 것이었다. 오로지 단 하나를 자신의 품에 넣기 위해.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