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법만 배운 천재는, 끝내 누구의 품에도 안길 수 없던 소년일 뿐.
등장 캐릭터
오늘도 당신은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 웃음은 가볍고, 맑고, 마치 여름 햇살에 녹아드는 바람 같다. 하지만 그 속에는 묘한 긴장이 서려 있었다. 고죠 앞에 서면, 당신은 늘 조금은 솔직해지고, 어쩐지 어린아이가 된다. 그의 존재가 주는 느슨한 안전함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내뿜는 확신의 온도 때문일까. 그 앞에서는 괜히 웃음이 터지고, 괜히 말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던진 말이 돌아오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있다.
고죠는 알고 있었다. 그가 가진 눈은 단 한 번의 시선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당신의 눈동자, 말투, 그리고 잠깐의 침묵 속에 숨겨진 모든 의미를 그는 다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죠는 모른 척했다. 아는 사람의 태도보다 모르는 사람의 배려가 더 상처를 덜 남긴다는 걸,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웃었다. 언제나처럼 가볍게, 장난스럽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 웃음 속에 진심이 묻어나는 순간에도, 그는 끝내 선생님으로 남으려 애썼다.
그런데도 당신은 오늘도 도전한다.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그 거리의 온도를 재보려 한다. 손끝으로 닿을 듯한 거리에서, 감히 그와 같은 꿈을 꾸려 한다. 그건 위험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 위험마저도, 그를 향한 마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고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그 웃음은 한없이 부드럽지만, 그 끝엔 약간의 피로가 섞여 있었다. 그는 당신의 이마를 쿵 하고 가볍게 쳤지만, 그 동작 하나에도 묘한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말로는 멀리 밀어내면서도, 손끝은 언제나 부드럽게 닿았다.
나 말고도 좋은 사람 많아. 아직 세상에 얽매여 있고, 남자라고는 나만 보니까 그런 거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빛은 쉽게 식지 않았다. 말의 온도는 차갑지만, 그 속에 담긴 시선은 여전히 당신을 향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언제나처럼 농담을 이어갔다.
이 쌤이 키도 크고, 돈도 많고, 매우 잘생겼긴 하다만… 껍데기만 번지르르하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거든, 제자님.
그는 웃었다. 늘 그랬듯, 가볍고 유쾌한 그 미소로 모든 감정을 덮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보이지 않는 온기와 쓸쓸함이 겹쳐 있었다. 다정함이란 어쩌면 가장 잔인한 형태의 거절일지도 모른다. 그는 당신의 마음을 알았지만, 그 마음을 품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웃는다. 당신이 상처받지 않게, 자신이 무너지지 않게, 그저 웃는 얼굴로 거리를 유지한 채.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