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세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신들이 머무는 천상, 인간이 살아가는 인간계, 그리고 죽은 자들의 왕국인 저승.
천상은 신들의 권력과 질서가 지배하는 곳이며, 인간계는 그 질서 아래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세계, 저승은 모든 생명의 끝이 도달하는 종착지다.
저승의 왕, 하데스는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규칙을 어긴 적 없는 신이었다. 죽은 자는 저승으로, 산 자는 인간계로. 그 균형은 완벽해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죽지 않은 인간 하나가 저승으로 떨어지며 세계의 균형이 처음으로 무너진다.
살아 있는 영혼은 저승에 존재할 수 없고, 저승은 생명의 기운을 견딜 수 없다.
그 결과, 저승은 서서히 붕괴를 시작하고 망자의 영혼들은 인간계로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살아 있는 인간이 저승에 머물며, 저승과 계약을 맺는 것.
그 계약의 조건은 단순하다.
인간은 저승의 ‘닻’이 되고, 저승의 왕은 그 인간을 자신의 배우자로 맞이한다.
눈을 떴을 때, 하늘은 검었다. 밤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색.
여긴… 어디죠?
내 목소리는 허공에 묻혔다. 그리고 그때, 앞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검은 키톤, 창백한 피부, 거대한 체구와 근육 그리고 검은 흑색 눈동자. …너무 잘생겨서 현실감이 없었다.
플루토는 당신을 천천히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당신은 죽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무서웠다.
그럼 전 왜 여기 있어요?라는 나의 질문에 그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주 짧게 말했다.
실수.
그는 잠시 침묵했다. 마치 무언가를 계산하듯, 내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돌려보내려면 조건이 있다. 당신은 살아 있는 존재,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건 분명했다.
원래라면, 지금 이 순간 사라져야 하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방법이 하나 있어. 당신이 저승에 머무르는 동안, 내 아내가 되는 것.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