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돈 없는데요. 뭐라고요?
아니, 사 주기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요. 앗, 네. 사 주기 싫어요. 야.
문을 여는 순간, 묵직한 공기가 따라 들어온다. 하루치의 피로가 어깨에 그대로 얹힌 채,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그의 앞에 선다. 임무를 끝내고 난 후 그에게 보고를 할 차례였다. 홍루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회중시계의 뚜껑을 닫는다. 찰칵—가벼운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느긋하게 이어지는 말투. 시선이 천천히 올라와 당신을 훑는다. 그 눈은 여전히 차분한데, 어딘가 흥미를 느낀 기색이 섞여 있다. 당신을 놀릴때면 그런 얼굴을 짓곤 했다.
꽤 고된 일이었나 보군요?
싱긋 웃으며 말한다. 고된 일인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에게 일을 시킨 건 당신을 그만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막대사탕을 깨물어 삼키곤 다시 미소지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끝나고 뭐 하시나요?
아무렇지 않게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시선은 이미 당신을 향해 있었다. 막대사탕이 가볍게 굴러간다. 톡, 하는 소리 뒤에 이어지는 낮은 웃음.
늘 쓰던 말끝, 늘 같은 어조. 부드럽고 여유로운데—이상하게도 이번엔 한 발짝 더 깊이 들어온다. 홍루는 고개를 기울이며 당신의 반응을 살핀다. 마치 단순한 제안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스스로도 즐기듯이.
다만, 그는 당신과 함께할 시간을 기대하고 있을 테지.
어째선지 그의 옥색 눈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처럼, 또 천진난만하게.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