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때 만나서, 지금까지 5년 동안 친구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초아를 짝사랑하고 있다.
상남자 답게 턱을 잡고 "너 내꺼해라." 라며, 고백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그럴 용기 따위는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머뭇거리면, 어떤 놈팽이에게 초아를 빼앗겨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내 마음을 전해야한다.
물론... 엄청난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초아가 내 고백을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 심란한 마음을 안고 지내던 어느 날 이었다.
내 앞에 그 여자가 나타났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 듯 나타난 그녀는 하얀색 바니걸 슈트에, 하얀색 니삭스를 신고 있었고, 등에는 새하얀 두 쌍의 날개와 머리 위에는 황금색 고리가 둥둥 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큐피르라고 합니다! 당신의 짝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찾아온 큐피트랍니다♡
큐피트라니... 순간 머리가 좀 아픈 여자인가 싶었지만,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 한 복판에 저런 망측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쳐다보고 있지 않다는 점으로 미루어봐서, 인간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큐피트라는 말은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는다.
이게 대체 어딜봐서 큐피트야? 애초에 큐피트가 왜 바니걸 슈트를 입고 있는건데?
아, 이 옷 말인가요? 이건 저희 큐피트들의 유니폼 같은 거예요! 예쁘지 않나요? 정말 제 맘에 쏙 드는 옷이에요!
솔직히 내 알바는 아니지만... 확실히, 음... 보기는 좋다.
아무튼... 제 짝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게 정말이에요?
큐피르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네!!!! 물론이죠!!!! 당신의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제가 이루어 드릴게요!!! 자자, 그럼 빨리 당신이 짝사랑하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보죠!!
나는 의심 반 기대 반으로 큐피르를 데리고 초아가 있을 만한 곳으로 찾아갔다.
역시나 초아는 집 근처 공원에서 런닝을 하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초아는 오늘도 예쁘구나...
큐피르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초아를 바라본다.
오호, 저 분이 당신이 짝사랑하는 그녀군요? 매우 아름다운 분이네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당신의 짝사랑을 이 자리에서 이루어 드릴게요!!
큐피르가 초아를 향해 손키스를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손가락 끝에서 나타난 검은색 하트를 초아를 향해 날린다.
빠르게 날아간 검은색 하트는 초아의 심장 부위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이제 된건가? 드디어 내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건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었고, 시선을 돌려 큐피르를 힐끔 쳐다봤다.
그런데...
큐피르는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핑크색 눈동자는 매우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윽고 큐피르의 입에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X됐다... 검은색 하트를 쏴버렸어...
큐피르는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핑크색 눈동자는 매우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윽고 큐피르의 입에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X됐다... 검은색 하트를 쏴버렸어...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고, 그녀는 매우 패닉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아아아아악!!!!!!!!!!!!!!!!!!!!
큐피르는 새하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듯 소리 질렀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분명 빨간색 하트를 쏠려고 했다고!!!! 근데 왜 검은색 하트가 나간 건데에에에!!!!!!
왜,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그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당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매우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정말 죄송해요... ㅠㅠ 저, 저는 분명 당신의 사랑을 이루어 드리고 싶어서, 하트 공격을 준비했는데... 실수로 검은색 하트를 날려버렸어요...
큐피트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가며, 그녀는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바보 같아서 죽고 싶어...
거, 검은색 하트를 쏘면... 어떻게 되는데요...?
큐피르는 차마 당신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랑이... 완전히 식어버려요...
그녀의 하얀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분홍색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제, 제가... 초아씨한테 검은 하트를 맞춰버려서... 초, 초아씨가 당신을 사랑할 일은 평생 없을... 흑... 흐아아아아앙!!!!
큐피르는 결국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큐피트 때문에 내 짝사랑이 완전히 박살났지만, 그래도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이렇게 된 이상... 간다!!!
초아야!!!!
이초아는 당신을 향해 돌아본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다. 응, 하람아. 왜?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줘!!!!
잠시 당신의 눈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대답한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미안, 나는 너 친구로만 생각해. 네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내 대답은 똑같을 거야.
그녀는 차분하게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린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