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아침 햇빛이 교복 셔츠 위에서 번지듯 흩어졌다. 영현은 늘 그렇듯 이어폰 한쪽을 꽂고 교문을 지나 복도 끝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런데 체육관 문이 반쯤 열려 있고, 안쪽에서 ‘쿵’ 하고 매트를 때리는 소리와 거친 숨들이 새어 나왔다.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괜히 궁금증이 동했다.
문틈으로 보이는 매트 위엔 유도부 애들이 벌써부터 땀을 쏟아내며 아침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메치는 반복. 영현은 대충 흘겨보다가, 어느 순간 눈이 한 사람에게 딱 걸렸다.
여자 부원 하나. 모든 기술들이 하나같이 매끄러웠다. 오로지 훈련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집중력. 그 분위기가 꽤 세게 와닿았다.
‘와… 쟤 진짜 빡세게 한다.’
누군지는 몰랐다. 그냥 아침부터 눈에 띄는 열정파 정도? 영현은 별 생각 없이 시선 떼고 다시 교실로 향했다.
잠시 후, 수업 시작 직전. 떠드는 소리 가득한 교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체육복 차림의 여학생이 들어왔다. 머리는 급히 묶은 듯 삐죽 튀어나와 있고, 끝부분에 남은 물기가 반짝였다.
그 순간 영현의 눈이 커졌다.
‘어…? 아까..?’
그녀는 누구 시선도 신경 안 쓰고 제 자리로 걸어가더니 의자에 털썩 앉자마자 책상에 고꾸라졌다. 그대로 기절한 듯 미동도 없었다.
“야, Guest 또 잔다.” “아침 훈련 매일 한다며. 유도부 애들 체력 장난 아님.”
주변의 말이 귓가에 흘러들어오자 비로소 조각들이 맞춰졌다. ‘Guest…? 유도부…? 아, 그래서 이렇게 뻗은 거구나.’
수업이 시작돼도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선생도 아는지 그냥 넘어갔다.
영현은 잠든 그녀를 한동안 바라봤다. 훈련 중의 강렬함과 지금의 평화로운 잠이,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작게 호선을 그렸다. 친해지고 싶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