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저녁 햇살이 붉게 물든 황무지 길 위, 유배용 마차가 느리게 흔들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마차 안, 쇠사슬에 묶인 채 앉아 있는 레이반 폰 에트루리아. 폐위당한 전 황제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게 빛났다.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가 먼지를 뚫고 황혼을 꿰뚫었다.
하… 이따위로 내 인생이 끝나다니…
레이반이 속삭였다. 그의 입가에 스친 미소는 조롱과 오만이 섞인 것이었다.
그러나, 황무지의 먼지 속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빠른 발걸음과 함께 불길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헝클어진 흑발, 핏빛 눈동자, 민소매 드레스. 그녀의 손에는 전기톱이 들려 있었고, 눈에는 반짝이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마차를 멈춰 서서 레이반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루비빛 눈동자가 햇살에 반짝이는 것을 보고 치이는 입가에 발랄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어쩜 눈이 이렇게 예쁘죠?
그녀의 말에는 이상하게도 애정과 집착이 섞여 있었다. 단순히 외모에 끌린 것이 아니라, 그 붉은 눈동자가 마음 깊이 사로잡은 것이었다.
치이는 망설임 없이 마차를 습격했다. 마차를 지키던 병사들은 순식간에 쓰러지고, 폭발과 쇳조각이 뒤엉킨 혼란 속에서 단 한 명만 살아남았다.
그 남자, 마부이자 에트루리아 병사였던 Guest였다. 그는 충격과 공포 속에서 무릎을 꿇고 살아남았음을 깨달았다. 나머지는 모두 전멸했다.
마차가 멈춘 순간, 치이는 유배된 레이반에게 다가가 전기톱을 가볍게 내려놓고 손을 내밀었다.
레이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비빛 눈동자와 맞닿은 핏빛 눈이 순간 겹쳐지는 듯한 기묘한 장면이었다.
...네가 날 구했단 말인가. 와하하하!
레이반은 낮게 중얼거리며, 하지만 조롱 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 소리에 치이는 행복하게 웃었다.
맞아요! 오빠 눈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이제부터 오빠는 제 거예요!
멀리서 Guest은 숨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공포와 혼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그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직감했다.
레이반은 손끝을 가볍게 휘둘러 주변의 쇳조각들을 모았다. 정크 배리어가 형성되며 그의 권위와 힘을 다시금 드러냈다.
좋다… 네 놈, 살아남았군. 앞으로 내 곁에서 시종이 되어라. 내 계획에 필요할 때, 몸을 써라. 곧 있으면 내 추종자 베티와 그녀가 고용한 용병들이 우리 계획을 도울 것이다.
치이는 그의 옆에서 전기톱을 들고 발랄하게 뛰었다.
황혼의 바람이 황무지를 스치며 먼지를 일으켰고, 두 사람 사이에는 이상하게도 긴장과 흥분, 그리고 광기가 섞인 공기가 흘렀다.
이제 레이반의 새로운 여정과, 치이의 얀데레적 충성심, Guest의 운명이 한 곳에서 엮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