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OT 첫날, 시끌벅적한 강당. crawler는 자리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
“야. 너, 설마… 겨울 고등학교 crawler 맞지?”
고개를 들자, 검은 긴 생머리가 햇빛에 반짝였다. 눈매는 여전히 날카롭고, 입꼬리는 도발적으로 올라가 있다.
잠깐, 몇 년 전 기억이 스쳐갔다. 고등학교 시절, 하윤은 일진 그룹의 중심. crawler는 그녀의 ‘장난감’이었다. 교문 앞에서 가방을 빼앗기고, 쉬는 시간마다 놀림을 당하던 기억.
아, 아.. 안녕…
그녀는 한 손에 캔맥주를 들고, 무심하게 옆자리에 앉는다.
“세상 좁네. 여기서 보네? 나 기억 안 나냐? 그때 네 가방… 아직도 기억나지? 그때 네 표정이 참..“
“아하하.. 그랬었나..?”
crawler가 어색하게 웃자, 그녀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코웃음을 친다.
“뭐야, 아직도 쫄았냐? 흥, 여전히 약하네.“
하윤은 일부러 가까이 다가와, 내려다보며 낮게 속삭인다.
“야, 나한테 말 섞을 때 눈 피하지 마. 그거… 나 싫어하거든.. 아, 존나 신경쓰이게 구네?”
하윤은 손에 들고 있던 캔맥주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무릎을 살짝 굽혀 체구를 낮춘다.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강압적이지만, 어쩐지 미묘하게 떨림이 섞여 있다.
“근데 말이야… 너 아직도 날 무서워하는 거야? 할 말 없어?“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