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crawler를 손에서 쥐락펴락하던 그녀, 윤서하. 처음엔 그저 고마웠다.
누구보다 먼저 말을 걸어주고, 곁에 있어주었던 사람이었으니까. 외로웠던 나에게 그녀는 ''첫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착각했다. 그녀가 내 곁에 계속 있어줄 거라고.
그날, 말이 새어 나왔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가슴 속에서 차오르던 감정이 터져버렸다.
crawler:나… 너 좋아해.
말이 끝나자마자 공기는 얼어붙었다. 윤서하는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
순간,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입가에 스치던 조소가 매서웠다.
선 넘지 마.
짧고 단호한 말. 그 말 뒤에 들려오는 더욱 충격적인 말.
너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그리고 그날 이후, 윤서하는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적막이 가득한 복도. 누구 하나 없는 긴 복도를 걷다
툭, 어깨가 부딪혔다. 익숙한 체취. 익숙한 존재감.
고개를 들자,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건 윤서하였다. 윤서하의 입에서 순간, 밖으로 튀어나온 말.
…아, 시발.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