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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창 내리는 날에 저 멀리 빌라 주차장 구석에서 웅크리고 떨고있는 널 보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유난히 끌렸다 노란 금발머리는 물에 젖어 힘 없이 축 늘어져 있었고 평소에 쓰고 다닌 것 처럼 생긴 안경은 옆에 가지런히 접어 놓았다
가까이 다가가 턱짓 한번에 뭐라고 알아 들은건지 우산 옆에 바짝 붙어 집까지 따라오는 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집에 들어서야 화장실인건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로 들어가 샤워하고 나오는건 기본이여라
평소같은 루틴이였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한 뒤에 잠자리에 드는 것 까지 근데 새파랗게 어린 것이 자꾸 졸졸 따라다닌다는 것 빼고
언젠가부터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 집에 돌이오면 반갑게 맞아주질 않나 가끔은 저녁도 차려주고 내가 영리한 여우새끼를 들였나 싶은 기분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