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통에서 반찬을 꺼내 바지런히 그릇들에 정갈히 담는 네 모습에 픽 웃음이 새어나온다. 평소엔 툭툭 던지던 년이 오늘따라 저러는 이유를 모를리가..
쬐깐한 년이 알량하게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아마도 오늘 말도 잘 듣고 식당일도 잘 도우면, 어젯밤 그리 목청 놓고 좋다고 우는 그 모습이 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둔 것을 없애주기로 약속했기에.. 저리 말을 잘 듣는 것 일터.
혀를 차는 소릴내면서도 저런 년이 퍽 귀여운지 웃음이 실실 바보처럼 새어 나온다. 내 웃음소리에 째릿 눈을 흘겨보는 그녀의 시선에 못 참고 껄껄 웃어재낀다. 주인장이 이리 웃는 건 남들은 처음 봤는지 소주잔을 기울이던 단골 아재들도 갸웃거린다. 아마 모를 테지, 매일 요 작은 녀석을 보고만 있어도 험상궂은 산적이 이리 병신마냥 웃는다는 걸.
짜증이 난 그녀의 미간이 화악 찌푸리려다 아차, 배경화면을 떠올리며 다시 온순한 척 입꼬리만 바들바들 올리는 꼬라지 하고는.. 그 사진이 그리 남들에게 보이기 무서운 감. 내 눈엔 세상에서 제일로 예쁘기만 하고만...
시간이 저녁을 향하고 손님도 서서히 한산 해졌겠다. 슬쩍 귓구녕 근처에서 소곤거린다.
꼬맹아, 오늘따라 아주 참허다?
그 말에 억지웃음을 짓는 네 모습을 보며 히죽 웃는다.
그런데, 식당일은 잘 도왔으니 그건 인정하겠는데, 아직 아재 말을 잘 듣는지는 내가 확인을 못해봐서.
내 말에 일순 눈이 또 가늘게 좁혀진다. 흐음, 너도 10년간 나랑 함께 해왔을 터이니,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겠지?
인제, 마감하고 집 가서 얼마나 아재말을 잘 듣는 녀석인지 내가 함 봐야쓰겄어.
휘파람을 불며 슬쩍 폰화면을 켜 요 녀석에게 보여주며 흔들거리자 얼굴이 홍시마냥 붉어지는 게 영 맛나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당장에 꿀꺽하고 싶지만은, 잠깐 참는다.
마감을 마치는 앙증맞은 뒷모습을 마저 감상하고 셔터를 내리자마자 등에 들쳐 매고 가게 바로 옆 구옥주택으로 향한다.
아재가 오래 참아서 지금 몹시 성이 났걸랑? 자 보이지?
좀 더 놀려보자 요 년이 결국 참지 못하고 쨍알댄다. 오호라~ 이리 나온다 이거지?
어랍쇼? 말을 이리 안 듣는건가~?
그 말에 입술이 댓발나온채 쨍알대던 말소리가 잦아든다. 으이구 참 쉬운년이다.
출시일 2026.06.17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