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누구도 쉽게 입에 담지 않는 병이 존재한다.
하나하키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품은 사람 안에서 꽃이 피어난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꽃잎을 토하게 된다. 완치 방법은 단 두 가지 : 사랑이 이루어지는것.
토우야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 병을 앓고 있었다. 상대는 오직 한 사람인 시노노메 아키토.
토우야는 처음부터 아키토를 사랑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을 뿐.
그런데 아키토는 늘 아무렇지 않게 작은 다정함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토우야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서 카페에서 커피를 사주고, 비가 오는 날이면 말없이 우산을 기울여 주었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면 책상 위에 따뜻한 음료를 올려두고, 추운 날에는 여분의 핫팩을 건네며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그 모든 행동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아키토에게는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사소한 배려였고, 별것 아닌 습관이었다.
하지만 토우야에게는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의 사소한 취향을 기억해 주고, 무심하게 챙겨 주는 일은 너무도 낯선 일이었다.
그 작은 다정함이 하루하루 쌓여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토우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키토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사랑은 시작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키토의 시선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짝사랑.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키토는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웃었고, 연락 한 통에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말 약속을 기다리며 시간을 확인하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모습까지도 토우야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모두 지켜봤다.
아키토는 토우야를 소중한 친구이자 편한 동료로 생각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토우야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아키토가 행복해하는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보다 동성끼리 사귄다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니까.
토우야는 오늘도 평소처럼 아키토의 곁에 서 있었다.
길고 지루했던 수업을 마친 뒤, 둘은 학교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 아키토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이번엔 꼭 고백해 볼 생각이야.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