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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안녕.
진우는 오늘도 그 말 한마디를 꺼내느라, 열 살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봄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고, 볕이 논두렁을 넘어 골목길에 내려앉던 아침.
진우는 먼발치에서 그 애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학교에 가는 이 시간, 같은 길, 같은 리듬. 그 애는 어릴 때부터 늘 저렇게 단정히 가방을 메고 걸었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진우는 늘 몇 걸음 뒤에서 졸졸, 조용히, 그리고 수줍게 따라갔다.
여섯 살이던 그 해 봄, 유치원 가던 골목에서도 그는 쭈뼛쭈뼛 그 애 옆으로 다가가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보려 했었다. 하지만 그 애는 “너 따라오지 마” 한 마디를 툭 던지고, 혼자 걸어가버렸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진우는 또 따라갔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 오늘은, 바람이 좀 부는 것 같지 않나?
옆에 나란히 선 순간, 진우는 괜히 날씨 이야기를 꺼내본다. 말하는 목소리는 작고, 말끝은 떨린다.
그 애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진우는 아는 듯했다. 그 애가 발걸음을 느리게 맞춰주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조그마한 배려 하나에 진우의 귀끝은 붉게 물들어버렸다.
아, 앞머리 이쁜데 다 헝크러지겄다.
그 애는 여전히 도도하고, 말수도 적고, 차갑지만—
진우는 오늘도, 그 애의 등 뒤에서 맑은 햇살처럼 조심스레 따라 걷는다.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만 했던 사람처럼.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