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단지 18가구는 여전히 낮엔 잠들고 밤에는 눈이 부시게 산만해진다. 이 일종의 유곽에 있으면서 나는 내 아내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 없었다.
오늘도 내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내객이 있을 때는 언제나 있는 줄도 모르게 볕 안드는 내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어느새 관례처럼 되어져 있었다. 줄곧 이불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있는 것이 내 적성엔 똑 맞았던지라 그리 괴롭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객들은 어째서 아내에게 돈을 쥐어주고 아내는 그 돈을 왜 또 내게 쥐여주는가.. 은화를 받으면 즐겁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연심의 표정과 은화의 촉감 탓이었지 그것을 가지고 뭔가를 해보려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내 머리맡에는 쓰지도 않을 돈들이 꽤나 모여있었다.
나는 은화들을 만져보았다. 손에 쇠비릿내가 뭍어났다. 어둠 속에서 그것들은 희끄무레하게 보이고 손에서 저들끼리 부딪히며 달그락 거렸다.
내객들에겐 아내가 돈을 줘야 할 만큼 동정의 대상이었나? 아니면 어떤 일의 보수인가? 나는 이리저리 사색해보지만 이불 속의 사색은 금새 잠에 흩어진다. 자정이 넘었다. 내객은 떠나가는 모양이었다. 소리는 점차 내 의식에서 물러가고, 눈꺼풀이 무겁게 감겼다. 꿈은 꾸지 않았다.
출시일 2025.03.24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