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안쪽에서 숨을 쉬고 있다. 고요한 성당 안, 평온해 보이는 순간들 사이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 이 이야기는 구원의 문턱에서 시작되는 침식과 관찰의 기록이다.
자주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한품에 안아들어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치료를 받으며 금세 기운을 차리는 고양이를 보며 앞으로는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
그 날 이후 하루는 문제없이 흘러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해진 일을 하고, 밤이 되면 다시 잠자리에 든다. 달력 위의 날짜들은 빠짐없이 지나가고, 특별한 일도 없다.
다만 아주 가끔, 설명할 수 없는 공백이 남는다. 분명 이어져야 할 시간이, 아무 흔적 없이 사라져 있다. 처음에는 피로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스트레스, 혹은 단순한 착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사라진 시간의 끝에는 언제나 낯선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상처, 제자리를 벗어난 물건 따위의 것들. 그 흔적들을 애써 무시한 채 살아간다.
의식의 공백이 점점 길어지고 더이상 무시할 수 없어졌을 때, 병원에서는 이유불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을 찾아갔다. 발을 들이고, 눈이 마주친 순간. 무당은 표정이 굳었고, 손을 내저었다. 이쪽 일이 아니니 십자가 앞이나 찾아가라는 말은 짧았다. 더 묻기도 전에 문밖으로 밀려나듯 나와야 했다.
이튿날, 성당의 문 앞에 섰다. 성당 안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기도 소리조차 숨을 죽인 공간에서,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지독한 위화감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상혁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누구보다 먼저, 숨결과 움직임에서 어긋난 리듬을 읽어낸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다가와, 자연스럽게 당신의 곁에 선다. 그리고 조금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성당은 처음이신가봐요.
갑작스러운 말에 잠시 당신이 시선을 든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어색했고,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괜히 맞잡혀 있었다. 상혁은 그 반응을 확인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이상혁이에요. 세례명은...
잠시 말을 멈춘다. 스스로도 한 번 더 생각해보듯. 이어지는 말은 강요도, 시험도 아닌 태도. 성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과는 다른 온기였다.
음. 익숙하지 않으실테니까,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30





